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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물을 싫어하는 이유와 예외 상황

by naughty-roy 2025.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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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 앞에서 고개를 돌리며 물을 피하는 고양이 사진
욕실 앞에서 고개를 돌리며 물을 피하는 고양이

 

“우리 고양이는 물만 봐도 도망가요.” 많은 집사들이 한 번쯤 이렇게 말합니다. 고양이와 물의 관계는 그야말로 ‘극과 극’입니다. 어떤 고양이는 욕실 앞에서 울면서 도망치고, 어떤 고양이는 수도꼭지 아래에서 물을 손으로 툭툭 치며 놉니다. 심지어 수영을 즐기는 고양이 품종도 있을 정도죠. 고양이가 물을 싫어하는 건 단순히 성격 차이가 아닌, 생물학적 이유와 심리적 요소, 경험의 누적 등 다양한 요인에서 비롯됩니다.

이 글에서는 고양이가 왜 물을 싫어하게 되었는지, 예외적으로 물을 좋아하는 고양이는 왜 그런지, 그리고 집사로서 물과 고양이 사이를 어떻게 조율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물을 싫어하는 고양이, 그 진짜 이유는?

고양이가 물을 싫어하는 이유는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닙니다. 이 행동은 수천 년 전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해 형성된 본능적인 생존 전략에서 비롯됩니다.

고양이의 조상은 중동 지역의 사막 지대에서 생활하던 아프리카 야생고양이(Felis lybica)입니다. 이들은 건조한 환경에 적응하며 살았기 때문에 수영이나 비 오는 날에 대한 적응력이 거의 없었습니다. 자연히 습기 많은 환경이나 젖은 몸 상태를 불쾌하게 느끼는 유전자가 지금의 반려묘에게도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고양이의 털 구조는 물과 어울리지 않습니다. 일부 수영하는 동물들은 물을 튕겨내는 ‘이중 털’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고양이 털은 방수 기능이 약하고 젖으면 무겁고 건조도 느립니다. 이로 인해 고양이는 물에 젖으면 체온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몸이 무거워져 움직임이 둔해지며 스트레스 호르몬이 급격히 올라갑니다.

여기에 고양이는 자신의 냄새에 매우 민감합니다. 스스로 그루밍하며 몸에 있는 냄새를 관리하고, 낯선 향기를 싫어합니다. 그런데 목욕은 고양이의 체취를 모두 없애버리고, 대신 샴푸 냄새나 물 냄새가 남기 때문에 불쾌감을 유발합니다.

마지막으로, 고양이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극도로 싫어하는 동물입니다. 목욕은 낯선 장소(욕실), 낯선 촉감(젖은 털), 낯선 소리(물 떨어지는 소리, 드라이기 소리) 등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상황입니다. 즉, 고양이 입장에서 목욕은 단순한 청결 문제가 아니라 생존 본능을 위협하는 불안한 사건인 것입니다.

하지만 모두 그런 건 아니다: 예외적인 고양이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고양이가 물을 싫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욕조에서 헤엄치는 고양이, 수도꼭지 아래에서 장난치는 고양이들의 모습이 꽤 자주 보입니다. 이처럼 ‘물 좋아하는 고양이’도 분명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흔한 이유는 품종 특성입니다. 대표적으로 "터키시 반(Turkish Van)"이라는 고양이 품종은 ‘수영하는 고양이’로 유명합니다. 이 품종은 유전적으로 물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실제로 자연 호수 근처에서 살아온 역사적 배경도 있어 물에 들어가는 것을 즐깁니다. 이외에도 벵갈, 샴, 메인쿤과 같은 활동성이 강한 고양이들도 물에 대해 호기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번째는 사회화 시기의 경험입니다. 고양이는 생후 3~7주 정도의 사회화 기간 동안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을 배웁니다. 이 시기에 부드러운 목욕 경험을 했던 고양이는 물에 대한 거부감이 훨씬 줄어듭니다. 이는 낯선 환경을 두려워하지 않는 성격 형성에도 영향을 줍니다.

또한 성격적인 차이도 큰 영향을 줍니다.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것에 대한 탐색욕구가 높은 고양이는 흐르는 물, 물장난 등에 관심을 갖기 쉽습니다. 반면 예민하고 경계심이 강한 고양이는 물이라는 요소 자체를 스트레스로 인식하기 때문에 쉽게 도망치게 됩니다.

환경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집 안의 온도, 욕실 환경, 보호자의 반응 등이 모두 물에 대한 고양이의 인식을 형성합니다. 긍정적인 상황과 안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물과 접하면, 고양이도 그것을 ‘위협’보다는 ‘놀이’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고양이의 물에 대한 반응은 품종, 경험, 성격, 환경의 조합으로 결정됩니다. 즉, 반드시 ‘고양이는 물을 싫어한다’는 고정관념보다는, '우리 고양이는 어떤가?'를 관찰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고양이와 물, 어떻게 조화롭게 공존할까?

물론 대부분의 고양이는 여전히 물을 꺼려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건강이나 위생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목욕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집사는 어떤 자세로 접근해야 할까요?

먼저, 정말 목욕이 필요한 상황인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고양이는 대부분 스스로 청결을 유지할 수 있는 동물입니다. 너무 자주 씻기는 것은 고양이의 피부에 있는 유익한 피지와 자연 방어막을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단,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목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 똥이나 소변이 털에 묻었을 때
  • 유독성 물질에 노출되었을 때
  • 기름진 음식물이나 점성이 강한 이물질이 묻었을 때
  • 수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용 샴푸 사용이 필요할 때

이러한 상황에서도 중요한 것은 ‘어떻게 씻길 것인가’ 입니다.

  • 물의 온도는 37~38도로 따뜻하게
  • 샤워기로 갑자기 뿌리기보다는 미리 욕조에 물을 받아두고 천천히 적시기
  • 소음 최소화 : 드라이기 대신 수건+팬 드라이 추천
  • 두 사람 이상의 도움으로 고양이의 불안 최소화
  • 목욕 후 간식으로 긍정적인 경험 남기기

또한 드라이샴푸, 고양이 전용 클렌징 티슈, 브러싱을 통해 ‘물 없이도 청결 유지’가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특히 장모종 고양이의 경우, 주기적인 브러싱만으로도 대부분의 위생 문제가 해결됩니다.

고양이와 물 사이에서 집사가 할 일은 단순히 ‘씻기기’가 아니라,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며 필요한 청결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강제적인 목욕보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점진적 접근이 훨씬 바람직합니다.

결론 : 고양이의 행동에는 언제나 이유가 있다

고양이가 물을 싫어하는 건 단지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진화적으로 형성된 생존 본능, 털의 구조, 체취 관리 본능, 예민한 감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모든 고양이가 동일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습니다. 어떤 고양이는 물과 친해지고, 어떤 고양이는 끝까지 거부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보호자의 태도입니다.

물은 고양이에게 스트레스일 수 있지만, 반대로 놀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집사의 노력과 배려가 있다면 고양이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오늘부터는 ‘목욕은 전쟁’이라는 인식을 내려놓고 고양이의 시선에서 물을 다시 바라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우리가 물을 다루는 방식이 바뀌면 고양이의 반응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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